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경쟁에 노출된 현대사회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공감의 결핍입니다.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마음속에 온통 굳은살이 박혀 더 이상 뜨거움도 차가움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참혹한 사고 소식을 접해도,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을 보아도, 고통받는 이의 눈물을 보아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을 나와 상관이 없는 일, 괜히 나섰다가 불편을 겪게 될 일 정도로 여깁니다.
1. 긍휼이 사라진 사회
우리는 왜 이처럼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되었을까요? 긍휼의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니, 분노와 미움만 가득한 메마른 땅이 되어버립니다. 자신의 성공을 추구하기에, 타인의 실패에 마음을 쓸 겨를이 없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아무리 그럴듯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긍휼의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2. 긍휼의 진정한 의미
국어사전에서 ‘긍휼’을 찾아보면, ‘불쌍히 여겨 돌보아 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에서 말씀하는 ‘긍휼’은 이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본질적인 감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긍휼’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라하밈(רחמים)’이나 헬라어 ‘스플랑크니조마이(σπλαγχνίζομαι)’는 모두 ‘내장’을 뜻하는 단어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이는 곧 긍휼이 “배 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통증”과 같음을 의미합니다. 내장기관이 뒤틀리고, 심장이 찢어지는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이러한 긍휼은 결코 머리로만 이해하는 지적인 감정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타인의 고통을 보았을 때 나의 몸과 마음에 직접적으로 각인되는, 피할 수 없는 아픔입니다.
긍휼과 동정은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내면의 깊이가 다릅니다. 동정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우월한 위치에서 내려다 보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지만, 긍휼은 고통을 느끼는 사람과 함께 그 바닥으로 내려가 ‘함께 아파하는 것’입니다. 긍휼이 있는 사람은 결코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신음소리가 심장을 울리기 때문입니다.
3. 성경에서 확인하는 긍휼의 본보기
성경에서는 인간의 긍휼 이전에,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긍휼을 강조합니다. 긍휼의 가장 위대한 실천자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마태복음 9:36) 이 구절은 예수님의 긍휼이 얼마나 깊고 뜨거운지를 잘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길 잃은 양처럼 고생하며 방황하는 무리들을 보셨습니다. 그들의 영적인 곤고함과 육체적인 피로가 예수님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었고, 그 아픔은 단순한 연민을 넘어 ‘불쌍히 여기는’ 긍휼의 마음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안타까움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병든 자를 고치고 배고픈 자를 먹이며 진리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긍휼은 삶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심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자가 되라.”(누가복음 6:36) 여기서 말씀하는 ‘자비로움’은 하나님의 긍휼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죄인 된 우리를 향해 끝없는 긍휼을 베푸십니다. 그 긍휼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어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하시는 희생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신 그 마음이 바로 긍휼입니다. 성경에서는 우리가 이처럼 고귀한 하나님의 긍휼을 받은 자들이기에, 우리 또한 서로를 향해 긍휼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4. 긍휼을 실천하는 용기
그렇다면 우리의 삶 속에서 긍휼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먼저, 잠시 멈춰 서서 고통받는 이웃을 바라보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길거리 노숙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거나, 힘들어하는 직장 동료에게 다가가 차 한 잔을 건네는 작은 행동에서 긍휼은 시작됩니다. 둘째, 섣불리 조언하기보다 먼저 귀 기울여 듣는 겸손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아픔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내가 더 힘들어!”라고 말하거나, “그건 네가 약해서 그래!”라는 식으로 비난할 때가 많습니다. 긍휼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셋째, 나의 작은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섬김을 통해 긍휼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거창한 희생이 아닙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에 동참하거나, 봉사활동에 시간을 투자하거나, 혹은 그저 미소와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5. 공감피로에 빠지지 않는 지혜
2016년, 미국의 신경과학자 타냐 싱어가 이끄는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는 타인의 고통을 지나치게 자기 고통으로 느끼는 감정 노동자들이 겪는 정서적 탈진에 주목하고, ‘공감피로’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섬김은 단순한 공감이 아니라 긍휼의 태도를 키워야 가능함을 보여준 연구라고 하겠습니다. 이 낮은 곳까지 내려와 죄인들 속에서 함께 머물면서 손을 내미신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가는 우리가 됩시다.
지금, 여러분의 마음은 어디에 머물고 있습니까? 무관심의 벽을 허물고, 긍휼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내 삶의 일부로 품어내는 용기를 내어보지 않겠습니까? 세상은 당신의 따뜻한 시선과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할 시간입니다.
❖하나님을 닮은 긍휼을 내면화하고 실천하는 삶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그리스도의교회선교회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더 깊이 연구할 수 있는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홈페이지: theChurch.kr, 전화: 02-2607-0645❖

